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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택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관리자 2019-08-16 09:08:09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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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택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SNS에서 택시에 관한 비난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미칠 것 같았어. 특히 '택시는 구시대의 유물이자 도태돼야 할 대상'이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 매일 이른 아침부터 차를 깨끗이 청소하고, 온종일 고되게 일해 온 아버지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거든."

택시 운전기사의 아들인 친구는 어느날 모임에서 이런 울분을 토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말부터 택시업계가 뒤집어쓴 일방적 비난이 떠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택시 기사들이 저지른 범죄와 바가지 요금, 불친절한 서비스를 증언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외에서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앱을 써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구시대의 유물'인 택시업계의 발목잡기 때문에 세계적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보였다.

그들의 말대로 택시는 정말 구시대의 유물일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렇게 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7년부터 뉴욕 시내의 우버 승객 수는 택시를 앞질렀다. 뉴욕 택시 '옐로 캡'의 면허 가격은 5년 전보다 90% 가까이 급락했다. 2018년에만 생활고에 시달린 택시 기사 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보다 더 편리하고 저렴하기에 경쟁에서 승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틀린 말이다. 우버와 미국 택시업계는 애당초 경쟁이 불가능했다. 차량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 택시와 달리 어떤 통제도 없이 운행 비용조차 기사에게 전가하는 우버와 경쟁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택시업계가 직면한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규제 속에서 요금이나 서비스 형태조차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기존 택시업계에 '자유 경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대구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택시요금은 올릴 수 없었고,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려고 해도 규제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택시와 달리 차량 유지비는 모두 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앱 서버 관리 등에만 최소한 투자해 큰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라며 "우버 기사들의 수를 통제하지 않은 미국은 차량 폭증으로 택시·우버 기사 양측 모두 생활고에 처했고 결국 본사인 플랫폼 사업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로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의 핵심도 결국 이런 공멸을 막는 데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제도권에 넣어 '불법 운송' 논란을 탈피하고, 대신 기존 택시업계와의 제휴·결합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 택시업계의 생존권 문제도 챙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대구 택시업계도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10월부터 '마카택시'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해 관광택시나 통학택시, 여성전용택시 등 다양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양해진 승객들의 이용 패턴에 맞춰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하지도 못했고, 간혹 시도했더라도 홍보 미흡으로 이용률이 떨어졌던 서비스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카카오T' 등 플랫폼과 택시 산업이 결합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 손을 맞잡은 것이다.

과연 '도태 대상'이자 '구시대의 유물'이라던 택시는 다가올 신산업의 시대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플랫폼 사업자들과 택시업계의 '교통 실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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