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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택시산업〈3〉부제 해제 100일…현장은 아우성
관리자 2023-03-09 12:03:20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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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택시산업〈3〉부제 해제 100일…현장은 아우성

지난해 11월 전국 일괄 부제 해제, 택시 대란 해소 목적
택시 과잉 공급 사태 벌어져, 업계 수익률 저하 심각 호소
감차 사업과도 배치돼 목소리, 부제 재도입 한목소리

부제 해제 100일을 맞아 도심 속 넘쳐 나는 택시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8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 앞에 개인택시들이 늘어서 있다. 김진홍 기자.
“도시에 택시가 넘쳐납니다. 이러다간 시장 전체가 무너집니다.”

35년차 택시기사 이모(66·대구 수성구)씨는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도심에 택시가 쏟아지면서 매일 손님 태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택시 탓에 배회영업(길거리에 있는 승객을 태움)은 포기한 채 기약 없는 콜만 기다리다 하루 장사를 공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초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대로는 택시가 다 죽는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택시 시장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전국 일괄 부제 해제를 강행하면서 예견됐던 부작용들이 100여 일이 지난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 부제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유류절약 시책에 따라 도입됐다. 그동안 개인택시는 3부제(이틀 근무 후 하루 휴식), 법인택시는 5부제(4일 근무 후 하루 휴식)로 운영됐다.

부제는 운수종사자의 과로 예방과 더불어 타 지역에 비해 과잉 공급된 대구 택시 시장 질서 유지라는 순기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택시 대란’을 근거로 정부가 전국 일괄 부제 해제를 시행하면서 지역 택시업계의 우려를 샀다.

대구에선 택시 대란이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자칫 부제를 풀 경우 도심에 택시가 넘쳐나는 과잉 공급 사태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부제 해제로 하루 3천~4천 대의 개인택시가 추가로 도심에 풀리면서 업계의 수익률은 크게 악화됐다.

특히 수요가 많은 특정 시간대(주말 및 심야)만 택시가 몰리면서 정작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는 택시를 구하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모든 정책이 서울 위주로 돌아간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수정 없이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부제 해제는 그동안 대구시가 추진해 온 감차 사업과 배치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는 택시 과잉 공급 해소를 위해 2016년부터 혈세를 들여 감차 사업을 진행해 왔다. 5년간 대구시가 줄인 택시 수는 1천248대다. 하지만 이번 부제 해제로 과잉 공급 해소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부제 해제가 기사들의 과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손님 태우기 전쟁이 벌어지면서 일 운송수익금을 채우기 위해 기사들은 하루 13~14시간의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또 택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도심 교통 체증 유발 및 사고 위험 증가도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덕현 전무는 “정부가 지역 사정에 맞지 않은 정책을 강행해 업계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국토교통부 및 대구시에 부제 재도입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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